사색과 잡념 사이

블로그에 대한 사견

Turtle-hwan 2024. 9. 28. 21:55
블로그 글은 일단 쓰고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.

항상 생각하지만 정말 실천하기 어렵다.

블로그를 위한 노력들을 돌이켜 보면 첫 시작은 네이버 블로그였다. 2021년쯤 한창 개발자 열풍이 불고 기술블로그를 너도나도 하는 시기에 개발 공부와 함게 시작했었고, 지금 보니 글을 140여개나 올렸었다. 이걸로 군대 면접 때 쏠쏠히 써먹었지만 입대하고서는 버려졌다..

이때도 네이버 블로그가 마크다운을 지원 안 하는 것 때문에 노션 글을 옮기기가 너무 불편해서 github blog를 직접 만들려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테마 가져오고 뒤엎고를 반복했었다.

그러다 velog도 써봤는데 마크다운 인식은 가장 잘 해주지만 테마 자유도가 떨어지고 기능이 아직 많이 없는 데다 이미지도 복붙이 안 되는 문제 때문에 tistory로 넘어오게 되었다. 그런데 티스토리도 이미지는 여전히 불편하다.

 

왜 어려울까. 블로그 글쓰기를 왜 망설이는 걸까? 하면 단순 개념을 작성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? 라는 의문이 들어서였다.

노션과 옵시디언에 정리된 메모들을 블로그 글로 다시 한 번 정제하는 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. 그런데 이미 다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면 굳이 내가 새롭게 정리해서 올려야 하는가? 이것마저도 “바퀴의 재발명”이 되어버리는 것에 아닌가.

 

이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현재 인프랩 CTO인 향로님의 블로그 글을 읽고서였다.

“2015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매년 블로그를 시작하신 분들은 정말 많았지만 그걸 3년, 5년 유지하는 분들은 정말 극소수이다. … 3년, 5년이 지나면 같이 시작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없어지고 그때까지 꾸준히 해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존중 받을 수 있다.” 라는 구절이 정말 공감되었다.

또 인상적이었던 구절은 “블로그로 인한 많은 기회와 경험" “평생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취미”가 생긴다는 것이다.

결국 관점의 차이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 더 큰 동력원이 된다고 느꼈다. 블로그 뿐만이 아니다. 노션, 옵시디언에 메모하는 것, 더 나아가 공부마저도 남이 아닌 내가 궁금해서 했을 때가 가장 효과적이었으니 말이다.

 

아니, 지금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저 글을 읽고서도 귀찮다는 핑계로, 일이 많다는 핑계로 몇 달간 블로그를 방치했었다. 지금 쓰고 있는 글도 사실 1년 전쯤 적어둔 메모들이다.

생각이 조금 더 바뀐 것은 이번 주 수요일에 인프런 퇴근길 밋업에 가서 향로님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들은 이후였다.

향로님이 성장하면서 지금 위치까지 오기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무엇인가요? 라는 질문에 “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고 반박을 받아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많이 거쳤기 때문이다”라고 대답해주셨다.

이 뿐만이 아니라 여러 질문들에 답변하실 때 정말 통찰력 있고 공감되는 답을 많이 해주셨고, 이는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하고 글로써 풀어내는 과정을 자주 거치셨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.

나부터가 1년을 채 가지 못했기 때문에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향로님을 본받아 시간을 정해놓고, 퇴고에 힘을 빼서라도 꾸준히 글을 올려야겠다.

 

블로그는 공공장소일까?

경계가 참 애매하다. 공개된 자료를 누구나 사용하면서 의견도 남길 수 있으니 공공장소라고 할 수 있지만 블로그의 경우 자신만의 공간을 직접 새로 만든 것이니 개인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. 공개된 일기장 정도로 볼 수 있을까.

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아 잊혀진 길모퉁이를 얻어 글을 써서 벽보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다.

어느 외딴 곳의 한적한 시골, 더 나아가 교통편과 인적이 극히 드문 무인도에 가까운 섬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.

정보의 바다 속 어딘가에 떠 있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이 무인도를 잘 가꾸어 좋은 휴양지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.